아이삭을 기다리며 : 영화 '미나리' 를 보고
고두현(다큐멘터리 영화 감독)
영화 <미나리>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, 한국인 가족 이 미국에 이주하여 정착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. 더 나은 삶을 위해 제이콥(스티븐 연)과 모니카(한예 리)는 아칸소 주의 한 농촌으로 이주를 한다. 부부가 일하는 동안 자녀들을 돌볼 사람이 필요하게 되자, 모니카가 엄마 순자(윤여정)를 미국으로 초대한다. 손녀인 앤(노엘 케이트 조)과 손자인 데이빗(앨런 킴)까지 다섯 사람은 때로는 화합하고 갈등하며 낯 선 땅에 정착하기 위해 힘쓴다.
등장인물이‘한국인’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으면, 이 영화는 재미 한국인들의 지난 과거에 대한 헌사로 보인다. 하지만 이들이‘이주민’이라는 것에 주목한 다면,이영화는어느사회나존재하는용기있는개 척자들의이야기로도읽을수있다. 나는영화속제 이콥과 모니카, 앤과 데이빗을 보면서 그간 마석에 서 내가 만났던 수많은 이주민 가정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었다.
영화 속 순자는“미나리는 물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잘자란다”고말한다.이말은물이없으면미나 리가자랄수없다는말이기도하다. 나에게는이주 민들이한사회에잘정착하려면거기에맞는사회 적 조건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들렸다.
1980년대의 미국이든 지금의 한국이든, 이주민들이 척박한 환경을 개척하며 산다는 점은 비슷하다. 그러나두곳의사회적조건은천차만별로보인다.제 이콥의 가족은 개방적인 미국의 이민법에 따라 어렵 지않게미국국적을취득했을것이다.그렇기에영 화속에서제이콥은은행에서융자를받아땅을살 수 있었고, 모니카는 자신의 선택으로 직장을 옮길 수있었고,앤과데이빗은교육과의료의혜택을받 을 수 있었다. 한국은 줄어드는 인구를 걱정하면서도, 여전히 국민의 자격을 내어주는 일에는 박하다. 이주 민에 대한 시선은 차별적이고, 복지는 궁색하다. 한국 사회에서는 제이콥과 모니카가 아무리 부지런하게 일 해도, 시간이 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만 한다.
언젠가 마석에서 내가 만난 이주민 아이들도 이런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? 2021년 4월,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후보로 지명된 리 아이 삭정감독은영화<미나리>가자신의가족이야기 임을인터뷰를통해밝힌바있다. 영화속데이빗이 바로 재미교포 2세이자 미국계 한국인인 아이삭 감 독 본인인 셈이다.
나는 한국 사회의 도처에 있는 데이빗들이 아이삭 감독으로 자라나기를 바란다. 그리하여, 자신과 자신 의 가족이 겪은 차별을 폭로하고, 용기를 증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. 그것을 위해서 우리는 기꺼이 그들이 이 사회에 무사히 정착할 수 있도록 물을 대 주어야 한다.
'센터소식' 카테고리의 다른 글
따뜻함을 전하는 작은 손길, 김장나눔 (0) | 2021.11.15 |
---|---|
가을 (0) | 2021.11.04 |
샬롬희망학교 가을체험학습 (0) | 2021.10.31 |
대한민국 방방곡곡!!!! (0) | 2021.10.31 |
카페바리스타 교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(0) | 2021.10.28 |